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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생부부였다. 둘 다 대학원 3학기. 현실감이 없어 수입이 얼마나 되고 생활비는 얼마나 들지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계획이 없던 우리의 생활환경은 말이 아니었다. 남편은 어려워도 어른께 손 벌리지 말자고 했고 나도 그러기로 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결혼하기 전 밀린 몇 달치 아파트 관리비와 공과금이 최고장과 함께 쌓여 있었다. 그간 대학원 다닌 학비마저 융자한 것이어서 결혼하자 바로 갚아야만 했다. 아파트 융자금도 있었다. 숨 돌릴 만면 여기저기서 오래전 빚이 쫓아 나왔다.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는 자력갱생했던 모양이다.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이전에 이루어졌던 일이더라도 무조건 우리 둘의 일이다 싶어 그대로 감내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니 남편 친구들이 각각 가지고 있던 우리 집 열쇠를 내놓는데 한 바구니나 되었다.

 

경상도 집안에서 유교적으로 자란 나는 결혼 전 보다 결혼 후 남편의 친구 관계가 더 좋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 친구들을 맞았다. 하지만 매일 출근하는 남편 친구들과 직장 선후배 맞이하기는 가난을 견디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친구는 결혼식 뒤에 우리 집에서 신혼여행을 떠날 정도였다. 지방 출신인 남편과 고속버스 터미널 앞에 살았으니 우리는 아예 문을 열고 오는 손님 다 맞으며 살아야 했다. 시누이와 그 친구들 뒷바라지도 만만찮았다.

 

처음에는 남편이 좋아 그가 즐거워하는 것 보려고 잘했는데 점점 힘겨워졌다. 누구에게나 열린 집으로 살아온 날들이 쌓이니 쌓아 놓은 게 아까워 참고 또 참고. 그것보다 내게 힘을 주었던 건 내가 선택한 삶, 내가 잘 꾸려 빛나게 해야지 하는 다짐과 각오였다. 어려울 때 잘 살겠다는 결혼 서약을 하지 않았다면 포기할 수도 있었을 거다.

거짓말쟁이 되지 않으려 참고 또 참았다.

 

둘째가 태어날 무렵까지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 비추어 경제적으로 최저 수준의 생활을 했다. 큰아이는 봄에 태어나 백일에 선물로 받은 옷을 여름내 입다가 가을에는 다시 배내옷을 속에 받치고 누비원피스 하나를 덧입혀 돌까지 갔다. 그래도 티 내지 않았다. 돈 문제로 서로 걱정한 적은 없었다. 대신 돈 없이도 나눌 수 있는 칭찬애주기, 사랑 표현하기를 찾아 했다. 이런 건 모두 공짜다. 그래서 하루하루 새롭고 일상이 행복했다. 지금도 돈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무궁무진하게 알고 있고 행하고 있다. 남편의 50돌 축하 카드 만들기 1주일 계획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둘이 살림을 꾸리며 어려움을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에, 돈이 조금만 생겨도 감사하고 나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언제나 나쁜 경우는 없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다. 우리 가족은 열쇠가 한 바구니나 될 만큼 사람들 왕래가 잦은 열린 집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도 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심성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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